
취미 없는 남자의 취미 탐색 선언문
어느덧 30대 후반의 나이.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족의 가장이자 직장인으로 살다 보니,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 인생에 대체 나만을 위한 시간이 있었던가?”
회사는 매일 바쁘고, 집에서는 아빠고, 남편이고, 아들이고, 친구고, 동료입니다.
그 모든 역할을 하느라 정작 ‘나 자신’이라는 인간은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자타 공인 ‘똥손’입니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손을 대는 것마다 쉽게 망가졌습니다.
학창 시절 기술가정 공작 시간엔 풀칠이 삐져나왔고, 미술 시간에는 항상 뜻하고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를 마주해야 했으며,
IKEA 가구 조립을 할 때면, 요상하게도 문짝을 거꾸로 붙인다든가 왠놈의 나사들은 계속 남는 건지...
전자기기가 손에 닿았다 싶으면 원인도 모르게 리셋되거나 에러 메시지를 띄우기가 부지기수였고,
아들의 고장난 장난감이라도 고치려고 드는 날엔.. 아주 끝장내 버리고 새로 사주기 위한 요식행위였을 뿐이었습니다. (머쓱)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운명의 장난처럼 넘겼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손을 대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재능 (= 저주) 보유자라고 스스로를 자조하기도 했습니다.
경쟁은 싫었습니다
공부는 나름 재능(=노력)이 있었기에 적당히 잘 했었고, 전문직은 아니더라도 학교도 직장도 아쉽지 않을 만큼 잘 다니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태생적으로 경쟁은 싫었습니다. 비록 공부나 성적이라는 영역에 한해 경쟁이라는 체제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었지만,
취미의 영역에서마저 누군가와 겨루고, 앞서고, 비교되는 일은 저에겐 피곤하고 서글픈 일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당구(4구)도 먼저 접하여, 대학 입학 당시 이미 100점을 찍었지만, 나중에 입문한 동기들이 밤을 세워 가며 당구 실력 증진에 열을 올리고, 나아가 저를 추월하려 할 때는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었고, 우리 세대에 흔했던 스타크래프트, FPS, RPG 각종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로.. 똥손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스스로에게는 그러한 취미 활동에 경쟁심을 불태우기에는 생산적이지 않다며 흥미를 쉽게 잃었습니다.
차라리 컴퓨터와 나의 경합이 외려 다른 사람과의 경쟁보다 마음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과만 경쟁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나 봅니다.
취미는 그저 사치라고 여겼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취미는 사치라고만 여겨왔습니다. 뭔가를 시작하려면 장비가 필요했고, 강습이 필요했고, 시간과 장소와 이동이 필요했습니다. 그 모든 게 제겐 벅찼고 ‘돈이 안 드는 취미만이 진짜 취미’라는 말이 제 취미의 정의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믿음은 크게 변하진 않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생각을 바꿔가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회식 자리에서 처음 본 분이 제게 물었습니다.
“요즘 취미가 뭐세요?”
(...잠시 정적...)
“음... 유튜브요?”
“어떤 콘텐츠 보세요?”
“그냥 뭐 아무거나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나는 진짜 취미가 없구나.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무미건조해졌을까?
분명 어릴 땐 저도 뭔가에 빠지곤 했습니다. 만화책, 애니메이션, 음악 감상, 노래 부르기, 농구, 족구 등등... 그런데 지금은?
“시간 생기면 뭐 해요?”라는 질문에, 그냥 잔다고 대답하는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남들은 일부러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취미를 배우고 활동한다던데, 그래서 직업이 아닌 다른 방면에서 자아 실현도 하고 스트레스 관리하고 건강도 챙긴다던데...
그래서 시작합니다. 취미 없는 남자의 취미 탐색 블로그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취미는 정말 사치일 뿐일까? 무비용으로 일단 알아보기라도 해보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이 블로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취미를 관찰하고 탐색하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번아웃된 30대 후반 남성이 자기 시간을 되찾아가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 저는 취미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제 찾으려 합니다.
- 무비용으로라도 일단 '구경'이라도 해보려 합니다.
- 직접 해보지 않아도, 잘 아는 척하며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 제게도 누군가에게도 이 블로그가 작은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블로그는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나만의 무언가’를 찾아보고 싶은 당신을 위해.
저도 아직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진 않겠습니다.
취미를 찾아가는 과정, 결국 나를 이해하는 시간
이 블로그는 단순히 ‘뭘 해볼까?’라는 고민을 기록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에 지루해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으며, 왜 어떤 취미에는 끌리지 않는지 되묻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취미를 찾고 탐색하는 이 과정이 어쩌면 ‘나란 사람’을 다시 만나고 이해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함께 구경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를 시도하고 실패하신 경험이든,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의외로 즐거웠던 순간이든
먼저 겪어 본 선배님의 소중한 경험과 따뜻/따끔하기도 한 값진 조언을 저를 포함한 후배들을 위해 남겨 주시고 공유해주세요.
이 곳이 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닌, 많은 이들이 함께 취미를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소소한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합니다.
25년 어느 더운 여름 밤에,
취미 없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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